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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고민을 보내주신 분께서는 익명임에도 편지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를 원하셨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메일로 간단히 답장을 드리곤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아 고민의 주제만 가져와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고민의 주제는 '좋아하는 일과 안정적인 일 사이의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시대에 특히나 많은 분들에게 고민이 아닐까 싶은데요. 제 답변을 하나씩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보니 미래가 불투명해 과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안정적인 일을 하는 게 맞을까요?'

 


- 평생직장은 없다

 '평생직장은 없다'라는 말이 요즘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같다. 예전에는 직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정년까지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을 가지고 은퇴생활을 편하게 누리면 그만이었다. 혹은 열심히 키운 자식들에게 용돈을 조금씩만 받아도 노후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20여 년을 열심히 달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신입사원마저 희망퇴직을 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영원히 호황일 것 같던 조선업계도 무너지고 있어 평생직장은 없다는 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보이는 직장이나 직업도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제는 평생직장을 찾는 데 목을 매서는 안 된다. 나아가 평생직업을 찾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안정적으로 평생 일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평생 일할 직장이나 직업을 결정하는 단 한 번의 선택에 인생을 걸지 말고, 앞으로도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찾아올 것을 유념해야 한다. 평생직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평생을 가지고 살아갈 가치관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 안정적인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요즘은 공무원이 대세다. 도서관에 와보면 대부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직업과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인생의 목표가 많은 돈을 벌고 성공하는 것에서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다섯 가지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다섯 가지 욕구에는 우선순위가 있어 하위 욕구가 충족될 때 상위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한다는 이론이다.


5단계 - 자아실현 욕구
4단계 - 존경 욕구
3단계 - 소속과 애정의 욕구
2단계 - 안전 욕구
1단계 - 생리적 욕구


 최소한 생리적 욕구가 만족되어야 안전 욕구를 충족시키기를 바라고, 안전 욕구가 충족되면 소속과 애정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를 원한다. 이렇게 하위의 욕구가 충족돼야 그다음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생리적 욕구인 의식주가 기본적으로 해결되기를 원하고, 신체적으로나 감정적 또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기를 원한다.


 안정적인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이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안정적인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에 따라 각 욕구의 중요성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예전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이렇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 될 줄 알았을까? 나이가 50이 넘어서도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것을 보면, 아마 대부분 예상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도 평생 선망의 대상이 되고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있을까?



-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에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이 대답에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다들 우측통행을 하고 있는데 나만 좌측통행을 하면서 마주오는 사람들을 피해 앞으로 나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강한 열정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더라도 열정이 사그라들 때마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한 확신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분명 좋은 점이 있다. 좋아하는 일이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는 동안에 만큼은 정말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더 필요한 것이 없다. 일이 잘 될 때는 더없이 행복하고, 일이 잘 안 될 때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좋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되는 그런 단순한 방식으로는 이 사회를 살아나가기 쉽지 않다.



- 좋아하는 일과 안정적인 일

 결론부터 말하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듯이, 수많은 색깔의 인격체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저마다의 답이 있을 테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답과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안정적인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다소 도전적이지 못하다 비판할 수 있다. 반대로 안정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며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고민을 듣다 보니 내 가치관 역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자'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이 방식의 삶보다는 안정적인 삶이 먼저 해결된 후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는 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이 먼저라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고, 안정적인 삶이 먼저라면 안정적인 일을 먼저 하면 된다. 다만 한 가지 감히 조언을 하자면, 어떤 선택을 하든 좋아하는 일은 절대 놓지 말라는 것이다.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항상 손에 잡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에 30분만 시간을 내자. 기타를 배우고 싶다면 하루에 30분씩만 매일 연습하고, 노래를 배우고 싶더라도 매일 30분씩만 연습하자. 캘리그래피든, 영어 공부든, 책을 읽든, 요리 공부를 하든 좋아하는 일은 결코 손에서 놓지 말자.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다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릴지언정 꿈에 좀 더 빨리 도달할 테고, 안정적인 일을 선택한다면 결국 꿈에 도달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놓지 말아야 한다. 결국 본인의 성향에 따른 선택을 하되 좋아하는 일을 절대 놓지 말자는 말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 테고, 그 일이 숙련되는 순간부터 돈이 되기도 한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미래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남의 말에 휘둘려 내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지 말고 내 인생은 내 선택에 맡기자.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마음껏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겁이 많거나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회가 그런 환경을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부디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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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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