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001. 나만의 도서관

조영표 2015. 12. 10. 18:06

□ 나만의 도서관

 

 고요함. 도서관 오는 길에 느껴지는 분위기다. 쉬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출근을 한다. 그렇다고 내 직업이 사서인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책이 좋아서 책이 많은 곳을 선택했을뿐이다. 그렇다면 직업은? 쉽게 말해 없다. 적어도 생계는 그럭저럭 해결하고 있다.

 

 도서관에 가기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도서관이 집에서 가까운 것은 아니다. 전철을 타야 한다. 갈아타기도 해야 한다. 내려서도 15분은 걸어야 도서관에 도착 한다. 도서관을 가는 길에 있는 건물에 달린 디지털 시계는 내가 볼 때마다 항상 6:58분이라 알려준다.

 

 도서관은 대학교 도서관을 이용한다. 내가 다녔던 대학교 도서관이기에 익숙함 때문이 이곳을 찾는다. 이 대학교의 도서관은 두 곳이 있다. 중앙 도서관, 별관 도서관. 대부분의 대학교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이름이다. 중앙 도서관은 책을 빌릴 수 있는 곳과 멀티미디어실, 스터디룸 등이 있다.

 

 

 중앙 도서관은 리모델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깥에서 보든 안에서 보든 깔끔하다. 반면에 별관 도서관은 건물이 오래되어 아직도 빨간벽돌 건물이다. 그래도 내부는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하다. 학교를 다닐 대학생 시절에는 별관 도서관을 이용했다. 이곳에는 많은 일반 열람실과 노트북실이 있다. 그리고 스터디룸도 깔끔하게 자리하고 있다. 잘 가진 않지만 책을 빌리는 곳도 있다.

 

 졸업을 하니 중앙 도서관 내부에는 북카페라는 것이 생겼다. 북카페라하면 카페이면서 책을 읽는 곳이다. 일반 카페에서도 책을 읽는데 왜 북카페가 필요하겠냐마는 '있어보이려' 만든 모양새다. 내가 아는 북카페는 음료를 시켜서 마시더라도 다들 책 읽는 분위기라 조용한 곳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관리자나 청소하시는 분들은 제외하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다. 그래서 아침에는 내가 아는 그런 북카페처럼 조용하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그러다보면 이곳에 와서 팀프로젝트를 하는 학생들도 보이고, 교직원인 듯한 사람들도 보이고, 간혹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대학교 탐방인지 뭔지라는 이유로 온다.

 

 

 이런 사람들은 북카페라는 개념을 모른다. 그들이 하나둘 오는 순간 이곳은 시장바닥이 된다. 하나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 그 시끄러움에 작은 목소리로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다들 같이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럴때가 되면 슬그머니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낸다.

 

 아주 가끔은 손으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노트북으로 쓴다. 그래서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시끄러울 때면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을 접속한다. 집중이 안 될 때나 시끄러울 때 들으려고 빗소리가 나는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았다. 이 공간은 도서관만큼이나 자주 찾는 공간이다.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빗소리가 들려온다. 사이트 내에서 빗소리의 소리 크기가 조절도 가능하다. 이어폰을 노트북에 연결하면 내 귀로는 수다 소리 대신 빗소리가 들어온다. 이렇게 나는 다시 나만의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책을 읽다보면 허리가 아프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사람인지라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럴때면 언제든 도서관을 나가서 걷는다. 마침 이 대학교 캠퍼스는 풀이 많고, 나무가 많다. 저자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듣다가 이렇게 가끔 자연을 마주하면 이야기를 들을 공간이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나는 읽고, 걷고, 생각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