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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오늘 날씨는 맑음.

조영표 2015. 12. 12. 11:12

 □ 오늘 날씨는 맑음

 

 간혹 날씨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좌우되는 사람이 있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창밖을 봤을 때 해가 반짝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하면 기분이 가라앉고. 주변 사람에게는 괜히 피해를 주는 사람말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터라 여름이든 겨울이든 잠에서 깨어나면 항상 어둡다. 나를 깨우는 알람시계만 밝을 뿐이다. 그러나 도서관에 도착할 쯤에는 다르다. 여름에는 도서관에 도착할 때가 되면 날이 서서히 환해진다. 그러나 요즘처럼 겨울일 때는 도서관에 도착할 때조차 어두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람실에 자리를 잡고 도서관에서의 하루를 시작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뜬다. 이때부터 나의 기분은 좋아지거나 가라앉거나 둘 중 하나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써도 지겹지가 않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 허리나 엉덩이가 아플 때면 도서관을 나와 산책을 한다.

 

 산책도 날씨에 따라 다르다. 맑은 날이면 자주 나와 산책을 하고, 흐린 날에는 산책도 자주 나오지 않는다.

 

 

 겨울이라 나무들을 헐벗었지만 파랗게 물든 맑은 하늘과 그 맑은 하늘을 비추는 연못을 보면 내 마음마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날씨가 좋은 이런 날에는 산책을 더 자주 나온다. 이런 날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햇빛을 즐기러 나온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대게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진 것인지 혼자인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웃는다. 나는 그들을 보고 웃는다. 그러곤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 역시 내게 환한 웃음을 짓는다.

 

 

 날씨가 좋은 날은 이렇게 모든 것들이 웃음으로 느껴진다. 아니면 실제로 웃음이 많을지도 모른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흐려 보인다. 내가 그렇게 봤기 때문에 흐려보이는 것은 아닐거다.

 

 이렇게 기분 좋게 산책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다시 들어가는 길은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신발 바닥에 껌딱지가 잔뜩 붙어 신발이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기분이다. 독서를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도 이렇게 맑은 날씨에는 어쩔 수 없다.

 

 매번 날씨만 좋으면 이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으니 큰일이다. 그렇게 매일 떠나다보면 결국 독서도 글쓰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그렇다면 날이 흐려지길 바래야할까? 그건 또 싫다. 기분이 착 가라앉으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니 말이다. 내 마음이긴 하지만 참 변덕이 심한 녀석이다.

 

 하지만,

 

 오늘 날씨는 맑음. 그러므로 내 기분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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