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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마지막 식사

조영표 2015. 12. 15. 16:46

 □ 마지막 식사

 

 올해 초부터 일주일에 적어도 4~5일은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는 동생이 있다.

 

 고시 공부를 하는 동생이라 이 녀석도 나처럼 하루 종일 도서관에 산다. 물론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도서관과 함께 한다.

 

 명목상으로는 고시 공부하느라 힘든 동생과 밥을 같이 먹어준다고 하지만, 사실 나도 이 녀석이 없으면 매번 밥을 혼자 먹어야 해서 서로 먹어주는 사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녀석은 워낙 발도 넓고, 사람들도 잘 챙기는 성격인지라 고시 공부를 하는데도 주변에 사람이 그렇게 많다. 본인은 공부하느라 핸드폰에서 카톡도 지우고 연락도 안 받는다고는 한다. 그렇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아는 사람과 안 마주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동생이랑 밥을 먹다보면 간혹 동생의 지인이나 내 지인, 또는 서로 아는 사람이 함께 먹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우리 둘 다 아는 동생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셋이서 같은 대외활동을 하다가 친해졌는데 이렇게 종종 셋이 밥을 먹곤 한다.

 

 

 우리 셋 중에 제일 막내인 그 녀석은 내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올해까지는 학교를 다녔다. 아직 대학교 수업들이 종강하지 않았는지 학교에 남아 있었다. 물어보니 막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왔단다.

 

 우리는 평소에 셋이 가던 학생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기 중에는 나름 메뉴가 다양하다. 다만 맛은 없다. 가격은 싸지만 메뉴의 종류와 질이 떨어져 사실 배를 채우는 용도로 찾는 식당이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이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었다.

 

 데리야끼볶음밥? 무슨 데리야끼 소스에 닭가슴살을 아주 잘게 썰어 넣고, 야채만 무지막지하게 썰어놓은 밥이다. 또 다른 메뉴는 유부우동이다. 무슨 맛도 없어 보이는 유부우동이 3,500원씩이나 하다니. 아, 참고로 이 식당은 우동이든 스파게티이든 면 요리를 먹으면 안 된다.

 

 물론 라면은 예외. 도저히 먹을 메뉴가 없어 다른 식당으로 향했다. 다른 식당은 가격은 조금 더 비싼데 반찬을 마음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학교 식당이라기보다는 중소기업들이 들어와 있는 건물에 위치한 식당이다. 그래서인지 밥이 맛있다. 다만 학생식당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이곳은 그래도 항상 메뉴가 푸짐하게 나온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이 그런 날이다. 쌀국수에 고구마맛탕이라니. 공무원 동생과 함께하는 올해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는데 너무 부실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선택사항이 없었다.

 

 공무원 동생은 이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러 노량진으로 떠난단다. 고시를 준비하는 동생은 신림동 고시촌으로 떠난다고 한다. 다음 주부터는 혼자 밥을 먹게 생겼다. 나도 오랜만에 혼밥 신세가 됐다. 다시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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