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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따듯한 강추위

조영표 2015. 12. 17. 17:11

 □ 따듯한 강추위

 

 춥다. 나처럼 일찍 나와보면 하루의 최저 온도를 경험할 수 있다.

 

 오늘은 서울의 온도가 영하 7도에서 최대 영상 1도란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걱정이었다. 안 그래도 감기를 걸린 상태라 컨디션도 안 좋은데 강추위라니 정말 반갑지 않다.

 

 옷장에서 강추위를 이길 수 있는 옷을 찾아보았다. 최근에 두꺼운 점퍼를 산 적이 없어서 이런 강추위를 이겨낼 만한 적당한 옷이 없다. 하는 수없이 예전에 구스다운 패딩을 하나 장만해놓았던 것을 꺼냈다.

 

 이 패딩은 얇아서 껴입기에 좋다. 색이 주황색 비스름해서 달랑 이 패딩만 입고 나갈 순 없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사람들이 다 어두운 옷을 입는데 나만 튈 수는 없다. 주황색 비스름한 구스다운 패딩을 입고, 그 위에 야상을 걸쳤다.

 

 뭐 그 안에도 히트텍이다 뭐다 많이 입었다보니 집에선 살짝만 움직여도 더웠다.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집을 나섰다. 어둡고 스산한 길거리를 나오니 찬 바람이 내 뺨을 사정없이 때린다. 옷을 두툼하게 입었더니 예상대로 춥지는 않았다. 다만 얼굴과 귀가 시렸다.

 

 

 모자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추위에는 취향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모자를 쓰니 좀 낫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고개를 푹숙이고 지하철 역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역에 도착했을 땐 방금 기차가 떠났는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고요한 건 밖과 같은데 바람이 불지 않아 훨씬 따듯했다.

 

 얼마나 따듯하게 껴입었으면 전철을 타니 살짝 더웠다. 도서관에 가는 길엔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야 한다. 이 환승 구간은 정말 길다.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가면 한참을 걸어야 하는 터널이 나온다. 애써 걸었는데 또 다시 긴 계단이 나온다.

 

 그 긴 거리를 빠릿빠릿 걸었더니 등에 살짝 땀이 났다. '추운 거보단 낫겠지, 감기도 걸렸는데.'

 

 지하철에서 내려 또 다시 추위를 만끽하며 도서관에 도착했다. 아직 시험기간인지 아침 7시에도 열람실에 학생들이 꽤 있었다. 나만 감기가 걸린 게 아니라는 듯 여기저기서 코 훌쩍대는 소리들이 들렸다.

 

 

 원래 중앙 도서관에 있는 북카페에서 하루를 보내는데 중앙 도서관이 여는 시간은 9시다. 그런데 도서관 정리와 청소 때문에 대게 8시면 문을 연다. 예전에 8시에 딱 맞춰 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종종 잠겨 있는 경우가 있어 이제는 8시 10분쯤에 자리를 옮긴다.

 

 항상 북카페에 도착을 하면 나 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 자리나 앉을 수 있다. 구석 자리를 좋아해서 매일 구석 자리에 앉는다. 오죽하면 아는 동생들이 나를 찾으러 올 때 연락도 하지 않고 내 자리로 찾아올까. 일이 있어 조금이라도 늦게 오는 날에는 자리를 뺏기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꼭 동생들이 와서 '형 자리 뺏겼네요?'라고 묻곤 한다.

 

 자리를 옮기느라 도서관 밖의 추위를 잠시 다시 만끽했다. 북카페에 내가 처음 들어와서 난방도 켜져 있지 않다. 항상 내가 켠다. 무슨 관리인도 아니고. 오늘도 역시나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새로 잡고는 좀 쉬려고 책을 읽는다. 오늘은 평소처럼 책을 읽고 있는데 도서관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다가왔다.

 

 "네 이름이 조영표지?"

 '뭐지? 내 이름을 어떻게 아시지?'

 도서관에 들어오려면 회원카드나 학생증을 찍어야한다. 예전에 얼핏 본 적이 있는데, 카드를 찍으면 관리 사무실 컴퓨터에 이름과 학번 정보가 뜬다. 아저씨는 내가 들어올 때마다 이름을 확인하고 있었던 걸까?

 "네 맞는데요."

 아저씨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하셨다.

 "넌 맨날 이렇게 일찍 오더라?"

 "아~ 네. 일찍 오는 게 조용하고, 집중도 잘 되고 좋아서요."

 예상대로 나를 지켜보고 계셨다. 왜 그걸 보고 계셨을까? 

 아저씨는 말을 이어가셨다.

 "아침 일찍 오면 학생들이 없어서 좋아~. 오후만 돼도 학생들이 많아서 아주 시끄럽더라고."

 

 내가 매일 일찍 도서관을 오는 이유가 궁금하셨나 보다. 원래 알던 후배들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좋은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니 마음이 따듯해졌다. 역시 사람은 관심을 받아야 하는 걸까. 내 얼굴이랑 이름도 아시는데 나중에 고생 많으시다고 음료수나 하나 사다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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