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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한적함

조영표 2015. 12. 22. 13:23

 □ 한적함

 

 방학이다. 물론 내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대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어서 도서관에 학생들의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어떤 기간인지 알 수 있다.

 

 어느 순간 학생들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하면 시험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다. 반대로 줄어든다면 시험이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학기 중과 방학, 같은 시간에 도서관에 앉아 있으면 학기 중인지 방학 중인지 그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난다. 방학 중에는 정말 사람이 없다. 드물게 나와서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게 영어 공부를 하거나, 자격증, 다른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어쨌거나 그들에게 방학이란 다시 시작되는 공부를 빙자한 취업 준비 기간이다. 취업 준비를 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 편안하게 이들을 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분명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시험에 붙더라도 결국 삶에 크게 도움 되는 것이 거의 없다.

 

 영어 공부만 해도 그렇다. 요즘에는 덜하다고 하지만, 한때 토익 점수가 높으면 서류에서 통과가 잘 된다고 하여 많은 이들이 방학 내내 토익 공부에 매달렸다. 물론 그렇게 고득점을 달성한 아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아이들이라고 말 한마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 자리는 원래 북카페다. 북카페에서 오랫동안 할 일을 하고, 책을 읽었지만 자리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이라 더 조용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북'카페의 성격보다는 북'카페'의 성격이 더 강한지라 소란스러워 집중이 자주 흐트러진다. 그래서 결국 별관 도서관에 있는 노트북 열람실로 자리를 옮겼다.

 

 북카페는 내 앞이 창문이라 블라인드를 내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집중하기에는 좋다. 그런데 노트북 열람실의 경우에는 여러 명이 앉는 곳이라 내가 어디에 앉든 앞에 사람이 앉게 되어 있다. 만약 내 앞에 앉는 사람이 꽤나 소란스럽다면 집중력이 더 깨진다.

 

 하지만 방학인지라 학생들이 아직 별로 없다. 8명이 앉는 책상에 한 명 꼴로 자리를 잡았을까? 물론 종강 직후라 아직 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 연말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밝아오며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러 많이들 나올 거다.

 

 

 그때가 되면 다시 꽤나 소란스러워질 거다. 그렇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했다. 조용한 열람실에서 할 일을 하니 집중도 훨씬 잘 된다. 아침 일찍 나오는 학생들은 별로 없어 더 좋다. 그래서 아침 일찍 열람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는 눈길이 간다.

 

 일찍부터 열심히구나... 그러다 오랜만에 한 후배 녀석을 만났다. 나를 보더니 입이 찢어지도록 놀랜다. 오랜만에 보는 탓일 거다. 얘기해본 지도 오래됐고 해서 나가서 얘기하자고 아주 조그만 소리로 속삭였다. 문 밖으로 나오니 녀석은 금세 또 시끄러워졌다.

 

 학교 다니던 시절에 공연을 할 때 매번 데리고 하던 후배 녀석이라 꽤나 친하다. 공부는 안 하고 노는 걸 참 좋아하는 녀석이었는데 방학을 하자마자 아침 일찍 공부하러 나오는 게 신기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후배 녀석이 커피를 한 잔 사주겠단다.

 

 이미 한 잔 마시기는 했지만 사준다고 하는데 거절할 수 없어 학교 안에 있는 커피점에 갔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각자 한 잔씩 들고 밖으로 나왔다. 눈비가 내리는 날씨에 따듯한 커피를 쥐고 있으니 차가웠던 손이 스르륵 녹았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거의 30분이 흘렀다.

 

 이렇게 길게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동안 할 얘기가 많이 쌓였을 만큼 못 봤나 싶다. 학교에 있는 후배 녀석들은 간혹 얼굴이라도 봐야겠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물론 후배들이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꼭 하는 후배들만 하지 대다수가 그런 걸 잘하는 건 아니다. 뭐 나라고 다르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조금은 더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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