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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차가운 시선

조영표 2015. 12. 30. 13:20

 □ 차가운 시선

 

 아침에 도서관에 도착하면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방학인데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에 앉아 있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간혹 한 두사람 정도 나보다 먼저 나오기는 하지만 곧 일어나서 짐을 챙겨나가거나 엎드려 잠을 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도 텅 빈 열람실에 나 홀로 앉아 있었다. 가만히 책을 읽다보면 항상 비슷한 시간에 열람실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청소를 하러 들어오신다. 오늘은 나 혼자뿐이라 그런지 말을 걸어오셨다.

 

 "학생은 아직도 시험이 안 끝났어?"

 대학교 도서관을 다니는지라 말을 먼저 하지 않는 한 나를 다 학생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물음에 '저 학생 아닌데요'라던가 '졸업했는데요'라는 등의 대답을 하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취업 준비하러 일찍 나오는 거야?"

 아니니까 나는 아니라고 대답을 하지만 내 상황에 맞지 않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내 일을 쉽게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질문하는 아주머니도 깔끔한 답을 듣지 못해 찝찝하고, 나도 깔끔한 답을 해주지 못해 찝찝하다.

 

 

 그런 찝찝한 내 소개를 마치니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신다.

 "아유~ 학기 중에는 학생들이 많아서 청소를 제대로 못했더니 먼지투성이야. 창문도 열고 바닥도 구석구석 쓸고 물걸레로 박박 닦고 해야 하는데, 요즘 애들은 청소하면 먼지난다고 짜증내고 창문 열면 춥다고 짜증내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다들 인터넷에 올려서 뭐 할 수가 있어야지."

 

 도서관에는 청소하시는 분들이 한 두 분이 계신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계신다. 청소를 잘해주시는 분들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분들이 깔끔하게 청소 해주시려 노력한다.

 

 

 아무리 이분들이 돈을 받고 일을 한다지만,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가. 도서관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열람실이나 화장실이 깨끗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학생들을 위해 깔끔하게 청소를 하시겠다고 바닥을 쓸고, 먼지가나니 창문을 여신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 행동을 못마땅해 하는 것이다.

 

 고마워해야할 상황에서 오히려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내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열람실 창문을 모두 열었다. 추운 날씨라 찬바람이 몰아쳐 들어왔지만, 상쾌한 느낌에 아침잠이 모두 달아나 머리가 맑아졌다.

 

 직접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감사합니다. 제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공간을 깔끔하게 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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