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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홀로 살아남기

조영표 2016. 4. 21. 20:03

'아직 직장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이미 그것을 잃어버린 분들께 드립니다. 또한 아직 경영을 계속하고 있는 분들과 새로 그 일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드립니다. 그리고 삶을 다시 한 번 시작하고 싶은 신선한 충동을 가진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드립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펴니 나를 맞이하는 첫 인사였다. 지금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리고 전 직장은 잃어버린 것도 아니다.

 

 제목만 들어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별이라든지 익숙한 나의 환경이나 사물들과의 결별이 떠오른다. 목차를 펴는 순간 그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직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변화와 개혁의 적들', '실업',' 1인 기업' 왠지 요즘에나 볼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초판이 1998년에 쓰였고, 개정판은 2001년에 쓰였다. 현 시대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주 일찍 이 책을 접했더라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잘못된 깨달음으로 우리를 몰아간 것은, 우리를 기존의 체제에 묶어두고 통제하고 싶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이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_ p.15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어보면 대게 비슷한 말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 한 마디를 수많은 포장지로 쌓아 보여주거나, 때로는 직설적으로 '강요'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청년들은 요즘 우리나라를 이렇게 부른다. '헬조선' 한국에서 사는 것은 지옥이라는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먹고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해야하는 일만 하더라도 먹고 살기 빠듯한데 태평하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그런 틀에 우리를 가둬둔 것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라고.

 

 

 

 최근 총선이 치뤄졌다. 총선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여당의 참패로 10여 년만에 여소야대의 구조가 되었다. 사람도 보지 않고, 공약도 보지 않고 무조건 자기가 지지하는 성향의 당을 찍는 사람이 있었고, 정치에 관심이 없어 투표조차 하지 않던 청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SNS의 영향이었을까. 지상파와는 다른 방송사들의 영향이었을까. 선거 전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더니 선거 당일 여론조사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국민들이 변한 것이다.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는 사람들을 벌하기 위해.

 

 '무능한 정부는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병든 국민은 건강한 정부를 만들어낼 수 없다.' _ p.24

 

 무능한 정부는 건강한 국민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국민은 건강한 정부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무능한 정부였음에도 국민 스스로 건강해졌다는 이야기였을까?

 

 책에서는 건강한 국민이 건강한 정부를 만들고, 건강한 정부는 옳은 판단과 결정으로 건강한 나라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가 가는 길과 우리나라가 택한 길은 그 방향이 달랐다. 1998년에 쓰인 이 책마저도 우리나라는 곧 성장이 급격히 멈추고,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개혁의 성공은 잉여 노동력의 감원을 수반하여 갈 것이다. 기술 실업이 심한 곳은 살펴본 바와 같이 생산 부문이 가장 심각하다. 또한 서비스 분야라 하더라도, 단순 반복적인 업무로 그 부가 가치가 작은 직무는 사라져갈 것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_ p.149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컴퓨터와 로봇이 대체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10여 년 전부터 경고를 했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직업을 잃을 것이라고. 만약 많은 사람들이 10여 년 전부터 이에 대비했더라면 항상 해고의 불안을 가지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하루라도 미루면 그것이 늦어지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기업이 평생직장이기를 더 이상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든 나를 내칠 수 있는 곳이 기업이다. 그래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기업이 존재하는 한 실업의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핵심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은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 혹은 자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1인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 _ p.76

 

 위의 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언을 찾을 수 있다. 즉,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란 어떤 것일까? 단순 반복만 하던 사람들은 이제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돌아와야 한다. 좋아하는 일이어야 더 깊이 파고들어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나만의 일이 될 수 있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견딜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욕망에 귀를 기울이라. 그리고 욕망이 흐르는 대로 일상을 바꾸어가라. 하고 싶은 것을 함으로써 즐거운 전문가가 되라. 욕망만큼 강력한 자기 격려는 없다.' _ p.38

 

 

 저자도 말한다. 견딜 수 없을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즐기며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라고. 오늘도 힘을 얻는다. 내가 견딜 수 없을만큼 하고 싶은 일을 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물론 직장을 갖는 것만큼 빠르게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니까. 내 꿈이 결국 이것이니까. 결과는 미미할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매일 나오고 있다. 그것이 쌓이는 과정이 보이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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