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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시험

조영표 2016. 4. 22. 10:36

'도서관에 사람이 부쩍 늘었다.'

 

 아무래도 대학생들 시험기간인가보다. 평소에는 사람이 많아도 자리가 반쯤 차는 것이 전부인데 이제는 아침에만 널널하고 오후부터는 숨이 턱 막힐 듯 가득찬다. 물론 가방만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학생 시절 내 모습이 생각난다. 평소에는 가지도 않던 도서관을 시험 기간만 되면 찾아갔다. 자리에 앉고 20분이나 지났을까 몸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다. 시험 기간에만 바짝 공부해 시험을 보고나면 섬광처럼 공부한 내용은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렸다. 한 후배는 '바짝 공부해서 눈썹에 올려놓았다가 시험 볼 때 내려놓고 나오는 것'이 시험 공부라 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시험이 끝나면 해방이라는 공식을 배웠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마저도 시험 공부 끝나고 실컷 놀아라 한다. 하지만 1년도 채 안돼 시험 기간은 금세 다시 찾아온다. 이는 비단 초등학교 때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수능이라는 큰 산을 오를 준비를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능을 위해 살아간다.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해 저녁 늦게까지 공부, 야간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을 빙자한 야간 강제학습 시간. 또는 독서실이나 학원으로 강제학습을 하러 끌려가게 된다.

 

 수능이라는 큰 산만 넘으면 모든 시험은 끝이 나는 걸까? 10여 년동안 '대학만 가면 너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라는 말을 들으며 꾸역꾸역 공부를 해 결국 대학에 오지만, 길어야 두 달이면 대학에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요즘은 취업이 정말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취업 걱정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취업설명회를 쫓아다니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오면 결국 새로운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시험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대학에서 보는 시험도 수없이 많고, 모든 난관을 지나더라도 취업과 사회생활이라는 난관이 수없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퇴직이나 명퇴, 또는 해고 후에도 또 다른 시험이 다가온다.

 

 도서관에서 시험 준비를 하는 이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 시험이 마지막이 아닌것을. 요즘은 뉴스나 SNS를 통해 먼저 사회에 나간 선배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쯤 듣지 않았을까. 지금 이 시험이 끝나면 더 큰 시험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시험은 끝이없다. 이번 시험만 넘기면 한숨 돌리겠지 해도 금세 생각지 못한 다른 시험이 찾아온다. 학창시절 중간고사가 끝나면 기말고사가 오듯, 대학이라는 시험을 통과하면 취업이라는 시험이 오듯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공식과는 다른 공식이다. 시험이 끝나도 다시 시험이 찾아온다는 공식.

 

 시험 앞에 주저 앉아도 시험은 찾아온다. 인생을 포기하더라도 죽음이라는 시험대 앞에 놓이게 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시험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수없이 많은 시험, 이를 시험이라 여기면 평생 감옥에 갇힌 듯 고통스러울 것이고, 이를 도전이라 여기면 뜀틀을 한 단계씩 높히듯 즐겁게 넘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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