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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욕망의 목소리

조영표 2016. 4. 28. 20:03

00. 

 

 구본형 씨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다 읽었다. 이런저런 잡일에 신경쓰다 정작 중요한 독서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독서에 깊이 빠졌다. 책을 다 읽고난 소감은 우선 '참된 어른을 만났다'이다.

 

 책의 제목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아마도 익숙함에 젖어 나태함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취업을 하고, 회사에 다니며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서서히 우리 발목을 조여온다.

 

 책에서 저자도 말했듯이 단순 반복적인 업무나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는 사람이 자리할 곳이 아니게 된다. 책은 1998년에 쓰여졌음에도 지금과 같은 미래가 오리라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이전의 독서노트에 썼던 내용은 책의 전반부다. 전반부는 변화, 개혁, 실업 등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마저 읽은 후반부의 이야기는 '그럼 우리는 어떻게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답을 해주고 있다.

 

 

01.

  

 '자기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은 세상이 부여하는 가치보다 자신의 욕망에 보다 충실하다.' _ p.291

 

 결국 남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내 갈 길을 가라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정말 쉽다.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해서 그 말을 듣고 따라했다가 손해를 보면 절대 남들이 책임져 주는 일은 없다. 그때가서 남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고 내 욕망에 따른 결과 지금은 아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남들이 시키는대로 공무원이 됐다거나, 남들처럼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했다면 참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터다. 그리고 그 익숙함에 취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02.

 

 '영리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다 깨달은 다음에야 비로소 그 뜻을 안다. 그러나 정말 바보는, 알고도 못 하는 사람들이다. _ p.310

 

 그러고 보면 바보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진정 깨닫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무엇이 중요한지 진짜로 깨달았더라면 중요하지 않은 길로 가고 있을리가 없다. 알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안 된다 하는 사람은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03.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지 못하면, 그 시간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그 일을 시킨 사람의 시간이 된다. 먹고 살기 위해 시간을 팔았다면, 그것은 자유를 판 것이며, 아무래도 훌륭한 행위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_ p.334

 

 '나는 자유를 판 것이 아닌가?' 꼭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자유를 팔고, 그 자유로 오히려 억압을 구매하는 행태가 아닌가 싶다.

 

 나의 하루를 보면 나를 위해 내 시간을 쓰는 것도 부족한데,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쓰는 사람이 넘쳐나는 것 같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는 걸까?

 

 

04.

 

 '새로움을 일상 속으로 언제나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는 것이다. 인생은 결국 시간과의 밀월 같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보다 회의적이고 보수적이 되기 쉽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함께 걸어오던 세상이 잡았던 손을 놓고, 저 혼자 빨리 걸어가버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_ p.384

 

 이 대목을 읽으면서 구본형 씨가 정말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사람은 원래 나이가 들으면 회의적이고 보수적이 된다 했다. 개혁과 변화를 주창하는 사람도 나이가 들면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구본형 씨는 그러지 말자 했다. 물론 보수적이 되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이 변하더라도 굳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왜'라는 이유가 아닐까.

 

 나이가 들면 가치관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니고 싶다. 열심히 걸어가는 세상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나가고 싶다. 세상의 손을 잡고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주며 걷고 싶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계속 걸어가는 것이 더 힘에 부칠테니까.

 

 

05.

 

 책을 덮으며 떠오른 것은 '아쉽다'라는 감정이었다. 이렇게 내 머리에 도끼를 내리 찍어주는 분을 만나면 항상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것이 글이 되었든 말이 되었든.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조금만 더 일찍 이분을 알게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신영복 선생님 이후로 또 좋은 어른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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