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잘 지내시죠? 책 읽다 생각나서 연락드렸어요."

 

 친한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내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고 한다. 나 살기 바쁘다고 먼저 연락해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매번 이렇게 먼저 연락을 줘 고맙고, 또 미안했다.

 

 어떤 책을 읽었길래 내 생각이 났냐고 물었다. 동생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다고 했다. 워낙 유명한지라 '언제 한번 꼭 읽어봐야지'하던 책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추리소설로 유명해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 왠지 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아직 그 책을 못읽어봤다는 나의 말에 동생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옮긴이의 말 일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지금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고민이 깊어지면 그런 내 얘기를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다. 어딘가에 정말로 나미야 잡화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밤새 써 보낼 고민 편지가 있는데, 라고 헛된 상상을 하면서 혼자 웃었다. 어쩌면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너무도 귀하고 그리워서 불현듯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비로소 눈앞이 환히 트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_ 옮긴이의 말 중

 

 동생은 책을 읽으며 '오빠가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응원해주고 싶어 연락했다고...

 

 종종 이렇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이라는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내 생각이 많이났다며,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를 보면 내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아무래도 '바로 읽어봐야겠구나' 싶었다.

 

 

 참 감사하다. 이렇게 무언가로부터 나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게다가 나를 떠올릴 때의 감정이 나쁜 감정이 아닌 거 같아 더 감사하다. 분명 나도 단점이 많고, 고쳐야할 부분도 많을텐데 나를 좋게봐주는 사람이 내 주변엔 정말 많다.

 

 반듯이 꿈을 좇아왔기 때문일까? 종종 내게 꿈이 뭐냐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면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제 꿈은 배우고, 깨닫고, 그걸 나누는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꿈을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나 역시 그랬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꿈은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꿈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 꿈을 가지는 순간 꿈은 이뤄지고, 또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는 직업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사실 그 이후로도 만족스럽다는 보장은 없다.

 

 

 꿈을 가치로 정한다면 조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내 꿈인 '배우고, 깨닫고, 나누는 것'을 예로 들면, 이 꿈은 언젠가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뤄나갈 수 있는 꿈이다. 예전에 강연에서도 한 말이 있다. '작은 꿈을 하나하나 이뤄가다 보면 그것들이 모여 큰 꿈이 된다'라고. 꿈은 한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가진 것도 없었을 때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고민을 들어주자' 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대화를 나누다보니 상대방은 고민을 얘기하기도 했고, 진지하게 듣고 생각을 나누는 내 모습에 고민이 있으면 내게 이야기하러 오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한두 명 이야기를 들어주던 것이 이제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물론 이렇게 내가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이 늘더라도 내가 을 많이 번다거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돈 한푼 요구하지 않으며, 다른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어릴 적 정말 힘든 시기에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의 답답함과 고통을 알기에 그때의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고민을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고민상담을 누구나 할 수 없는 이유는 '진정성 있는 관심'을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쭈욱 이어나가려 한다. 주변 사람들이 찾아오고,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지인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또 SNS에서 사귄 얼굴 한번 못본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멀리 부산에서, 또는 외국에서도.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를 찾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나를 떠올려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든, 아니면 열심히 꿈을 좇아 나아가는 내 모습을 보여주든 내가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내게 건네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나로 인해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용기를 얻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렇게 내 곁에 좋은 사람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따듯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지금보다 조금은 더 따듯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을 누구나 응원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곁에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것이 나로부터 누군가에게, 또 그 누군가에게서 다른 누군가에게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얼른 읽어봐야겠다. 도대체 왜 그리들 내게 연락을 하는지.

 

 읽고나서 어땠는지 알려달라는 동생에게 답도 얼른 해줘야겠다.

 

-

'도서관에 사는 남자' [브런치] 구독하기 >>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하트를 가득 채워주세요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