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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고민상담 편지

조영표 2016. 5. 2. 18:1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여기저기서 재밌다는 말에 꼭 한번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다. 오래 전부터 읽겠다는 다짐을 했음에도 이제서야 책을 읽는 이유는 작가 때문이 아니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이 책의 저자다. 그의 책은 아직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재밌다고는 하는데 장르가 추리소설이라고 하여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추천에 책을 읽었다. 그런데 내가 듣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가와는 조금 다른 책이었다.

 

 이 소설은 내가 가진 그의 편견을 깨는 소설이었다. 범죄가 난무하지 않았고, 오히려 따스함이 있었다.

 

 

 책을 읽자마자 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나를 떠올리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의 소재는 '고민상담'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고민상담하면 나를 떠올리는만큼 이 책 역시 나를 떠올리게 하는 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가게를 운영하시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셨다. 가게를 하면서 동시에 고민상담도 해준다는 이야기에 많은 아이들이 장난으로 고민상담을 청했다. '공부 안 하고 1등하는 법을 알려주세요'라는 등의 고민상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지한 고민상담 편지가 도착했고, 그때부터 진지한 고민상담이 시작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여 년이 지났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나미야 잡화점은 홀로 허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느 날 어떤 아이들은 우연히 잡화점으로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아이들은 과거의 편지를 받는다.

 

 

 책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이 여럿 있었다. 먼저 이 책을 쓴 작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고민상담을 하는 내 입장에서, 글을 읽으며 든 생각은 저자 역시 누군가의 고민 상담을 많이 해본 경험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고민상담을 많이 해본 사람만이 아는 생각들이 책 속에 인물들을 통해 비춰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남의 충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점, 그리고 상담을 청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있다는 점은 고민상담을 많이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절실히 느끼고 있는 바다. 나 또한 그랬고, 작가 또한 그랬으리라.

 

 작가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고민에 대한 답을 직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민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의 시각이 고민의 핵심을 똑바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른일수록 생각이 많고,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속의 인물들이 나미야 잡화점에서 오는 답장을 받으면서, 고민상담 편지를 보냈던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물론 고민이나 답장 모두 작가가 쓴 것이겠지만, 나와 고민상담을 하고 내 답변을 들은 사람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낄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다만, 아직은 앞 부분이라 그럴까, 고민상담에 대한 답장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동시에 든 생각은 '나라면 이 고민이 담긴 편지에 어떤 답장을 보내줬을까?'였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또 다시 나를 떠올리지 않을까. 나와의 대화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면 편지는 다시 내게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정성을 다해서 답장을 써줘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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