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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고민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 종일 고민 속에서 사는 사람을 있을지라도 단 한 순간도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만큼 고민은 누구나 겪는 고통의 시간이다.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은 없을까?' 어린 시절 여러 번 생각했던 말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이지만,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서 내 고민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0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 속의 나미야 잡화점이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나미야 잡화점은 고민상담소가 아니다. 가게 이름 그대로 잡화를 파는 가게다. 그러다 사소한 계기로 잡화점을 찾는 아이들의 고민상담을 해주겠다고 한다. 아이들은 어린이 다운 고민을 편지에 적어 보냈고,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이었던 할아버지는 장난스러운 고민편지에도 정성스레 답장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지한 고민이 담긴 편지가 한통 도착했다.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진지한 고민에 정성스레 답장을 쓰게 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고민상담을 해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미야 잡화점 이야기를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잡화점만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잘 곳을 찾아 잡화점에 들어가게 된다. 우연히 들어간 아이들은 편지를 한 통 받게 된다. 그것은 과거에서 온 편지였다. 답장을 쓰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02. 고민상담

 

 작가는 분명 누군가의 고민상담을 해주고 있을 것이다. 책의 소재가 고민상담인만큼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그에 대한 답장을 쓰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이야기의 곳곳에 고민상담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깨달음들이 놓여 있었다.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_ p.167

 나 역시 몇 년간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고민을 들고 내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본인의 입으로 스스로 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답이 있는데 현실에 부딪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남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은 대게 분별력 있고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분이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부러 미숙하고 결점투성이인 젊은이들로 했습니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우선 나부터 무척 궁금했습니다.'

 

 

03. 도사남의 시선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 위에서 나는 고민을 들고 오는 사람은 자신 안에 분명 답을 가지고 있다 했다. 그런데 그 답을 못보는 이유는 현실에 부딪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른이 되면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탁월하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본질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고민을 듣고 아이들이 해답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때로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나미야 잡화점으로 보내는 고민 편지에 대해, 나라면 어떤 답장을 보내줄지 생각해봤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나오는 고민 편지를 읽고, 인물들이 쓰는 답장을 읽기 전에 '나라면 어떤 답장을 써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04. 마무리

 

 재밌었다. 그러나 기대했던만큼은 아니었다. 항상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읽은 사람들마다 좋은 평을 내리는 책이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등의 이야기를 한다.

 

 나는 조금 다르게 읽었다. 흥미로운 소설이었지만, 깨달음을 더 얻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깨달음은 더 깊은 책을 통해 얻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책 읽기를 취미로 삼고 있지 않다면,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답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용기는 얻을 수 있으리라.

 

 책을 덮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를 떠올려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나로 인해 이런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05. 책 속의 한줄

 

 "그래서 고민 상담실을 계속하겠다고? 땡전 한 푼 안 들어오는 일을?"

 "돈이 문제가 아니야. 돈 버는 일이 아니니까 오히려 더 좋은 거야. 이익이니 손해니 그런 건 다 빼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진지하게 뭔가를 고민해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 _ p.330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걳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_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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