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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태백산맥>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총 10권이나 돼 분량이 많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재밌게 읽었다라고 함은 '즐거웠다'가 아니고 '빠져들었다'라고 할 수 있다.

 

 '즐겁게' 읽지 못한 이유는 소설이 유쾌한 소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총 10권인 대하 역사소설인 <태백산맥>, 6·25 전쟁을 전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전쟁 전후로 민중들의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역사책에서 역사를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당시의 삶은 빈곤하고, 자유롭지 못한 삶에 가진 자들은 횡포까지 무지 심했다. 한 민족이라고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다. 소설의 세세한 장면까지 다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을 읽을 때의 감정이 아직도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태백산맥>이라는 소설을 쓴 사람은 바로 조정래 작가다. 그는 이 소설을 비롯해 <아리랑>, <한강>까지 총 3부나 되는 대하소설을 써냈다. 이외에도 여러 소설과 산문집을 썼다. 비교적 최근에 쓴 <정글만리>라는 소설은 중국을 그리는 소설인데 벌써 중국어로 번역이 돼었다고 한다. 그의 대하소설은 총 1천만 부가 넘게 팔렸을 만큼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번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조정래 작가의 책을 읽고 '조정래 작가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라 다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조정래의 시선>이라는 책을 읽으며 그 다짐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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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어떤 작가인가? 그를 떠올리면 '절제'와 '노력'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는 앞에서도 말한 대하소설 3편을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써냈다고 한다. 물론 그 기간 중에는 글쓰기에 전념하겠다고 술 한 잔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누가 20여 년이라는 시간동안 하고자 하는 하나의 일 외에 모두 절제된 삶을 살 수 있을까.

 

 굳이 그의 말을 직접 듣지 않더라도 대하 역사소설의 분량과 질만 따져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의 소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나라에서도 유명한가 보다. 한국 역사소설임에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됐다고 한다.

 

 <태백산맥>을 집필할 당시 하루 집필량을 200자 원고지 35매로 정했다고 한다. 이를 어기지 않고 매일 써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분량의 소설을 써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루도 빠지거나 거르는 일 없이 써나가기 위해서 제 스스로에게 올가미를 씌운 것입니다. 그런 상황의 연속이니 어떻게 취하도록 흔쾌하게 술을 마실 수 있겠습니까.' _ p.53

 이런 절제된 생활과 엄청난 노력이 지금의 그와 그의 소설을 만든 게 아닐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소설인 <정글만리>의 취재분량을 듣고는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조정래의 시선>이라는 책에 나오는 설명을 보면, 중국에 수십 번 오가며 직접 취재한 내용의 수첩이 21권, 6~7년 간 신문이나 잡지에서 스크랩해 모은 취재수첩이 90권, 중국 통사를 비롯해 경제를 다룬 책을 읽은 것이 80여 권, 그것들을 다 섭렵한 다음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다시 읽은 책이 20여 권, 그 자료를 정리하고 분류한 대학노트가 2권, 구성노트·인물노트·줄거리노트가 각 1권씩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노력하며 글을 쓰는 사람의 책이 과연 좋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소재를 소설로 완벽하게 형상화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취재하고 연구하고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작품을 써낼 수가 없습니다.' _ p.121

 내가 알기에 조정래 작가만큼 철저하게 절제된 상황에서 엄청난 노력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만큼 대단한 작품이 나오고,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독자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의 소설을 살펴보면 다 역사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역사소설이 많다. 왜 그는 역사소설을 쓰는 걸까?

 

 책에 나온 그의 대답을 정리하면 이렇다. '역사는 끝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입니다.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면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소설가의 임무 중 하나는 이런 역사의 상처와 고통을 일깨우고, 추체험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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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글을 쓰고자 하게 됐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내가 글쓰기 선생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조정래 작가가 아닌가 싶다. 글쓰기에 대한 그의 태도가 존경스러웠고, 작가의 소임을 말하는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물론 그의 태도를 판박이처럼 따라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따라하고 싶다고 해도 하지 못할 것이 그의 절제노력이다. 내가 글을 쓰고자 함은 나의 깨달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자 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조정래 작가처럼 글만 바라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대한 태도는 그를 따르려고 한다. 쓰고자 하는 글이 있다면 철저하게 절제된 생활 속에 글을 쓰고,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쏟을 거다. 그래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올바르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정래 작가 역시 말했다. 작가들이 꼭 새겨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자기 자신의 재능을 믿지 말고 노력을 믿어라, 어느 시대에나 다 문제가 있다. 그런 모순된 현실을 타파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위대한 작품이 나온다. 작가는 인간에게 기여할 수 없는 건 쓰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인간에게 기여할 수 있는 글, 그런 글이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다. 조정래 작가만큼 글을 위해 절제된 생활과 노력을 하지 못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글이든 말이든 그의 노력에 부족하지 않게 노력하자. 그래야 누군가에게 남을 테니까.

 

 '모든 글은 읽히려는 목적으로 쓰는 것인데, 읽히지 않는다면 그건 글일 수 없고, 또한 남겨지지도 못합니다.' _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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