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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독서감상문 공모전 현수막을 보았다. 이제는 학생도 아니면서 대학 알림 게시판이나 현수막들을 잘도 보고 다닌다. 간혹 관심이 가는 홍보물이 있으면 잠시 멈춰 읽어보거나 사진을 찍기도 한다. 다시 꺼내보지는 않지만.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나오다보니 책이나 독서, 글쓰기에 관련된 홍보물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얼마 전 대학교 도서관 주체로 추천도서 독서감상문 공모전을 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기를 바랐는지, 책을 빌리러 서가에 가면 큼지막하게 공모전 홍모물이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촉하고 있다.

 

(본 사진은 참고용입니다.)

 

 인문학·과학·예술 세 분야의 추천도서 20권 중 한 권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공모전이다. 추천도서를 누가 선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있었다. 책을 읽으면 항상 감상문이나 서평 등을 쓰니 추천도서도 읽을 겸 공모전 신청을 하기로 했다.

 

 공고를 자세히 살펴보니 참가조건이 나와있지 않았다. 대학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공모전이니 혹시나 재학생만 해당될까하여 문의를 하기로 했다.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졸업생인데 독서감상문 공모전 참여가 가능하냐 물으니 졸업생은 안 된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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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대학을 다닐 때도 도서관에서 이런 공모전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지금 재학생 신분이었더라면 바로 신청을 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접어야 했다.

 

 대학을 다닐 당시에는 몰랐지만 졸업을 하는 순간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소속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학생이라는 학생의 소속, 대학이라는 학교의 소속 모두 졸업을 하는 순간 사라진다. 그때부터는 외부인이 된다. 각종 공모전을 살펴보더도 참가 대상부터 보게 된다. 재학생 때는 당연히 대학생이 참가 대상이니 조건 따위는 읽어본 적이 없다.

 

 많은 돈을 내며 수년 간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우습게도 대학이 주는 혜택은 학생의 옷을 벗고나서야 제대로 보였다. 돈을 내는 만큼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다 누렸어야 했는데 누구 하나 내게 알려주지도, 스스로 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람에게 소속감은 무의식에 참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속감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래서 남들이 대학을 가면서 대학생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나는 재수를 해 같은 대학생이라는 소속감을 가지지 못할 때 불안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좋은 대학에 가 더 나은 소속감을 가지려 하고, 좋은 기업에 취직해 남들보다 우위에 있는 소속감을 가지려 한다. 왜 사람들은 소속감을 가지지 못해 안달일까? 오히려 나만의 개성은 어딘가에 소속해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법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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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독서감상문 공모전, 과연 재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할지 궁금하다. 내가 재학생이었더라면 지금 당장 추천도서를 빌리러 갔을텐데.

 

 지나고서야 알았지만, '나는 어느 소속의 누구'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하는 누구'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은 한 때이고, 인생은 한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어딘가에 소속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평생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소속될 수는 없다. 그러니 어딘가에 속해 있을 때는 받는 혜택을 당연하다 여기지 말고 감사하자. 또 충분히 누리자. 그러고 소속없이 혼자 서는 연습을 계속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결국엔 혼자 서야 하는 날이 올테니까.

 

 아직 대학생이었더라면 별걸 다 해봤을텐데, 청춘은 나를 찾는 시간이니까.

 

 오늘도 난 공모전 현수막을 지나왔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그리고 다시 혼자 서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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