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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들어가며

 

 지난달 총선이 치뤄졌다. 여권은 당내 권력 다툼으로 국민들의 눈총을 샀다. 총선기간이 되니 국민들 표를 얻고자 국민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야권은 권력 다툼을 하고 나라 경제를 망쳤다는 여권을 심판하겠다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국민들은 나라의 올바르지 못한 모습에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나라는 지금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단순히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욕심을 버리기만 하며 살아야 할까? 최근 뉴스에서는 대학의 인문계를 줄이고, 이공계 정원을 늘리며 지원도 더 한다는 보도를 냈다. 이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살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01. <조정래의 시선>

 

 이 책은 조정래 작가가 인터뷰 했던 내용과 강연에서 했던 말들, 신문 지면을 빌려 했던 말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조정래 작가가 생각하는 작가의 태도는 어때야하며, 이 사회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비교적 최근에 나온 그의 책인 <정글만리>라는 소설은 왜 쓰게 된 것인지, 우리는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뷰하고, 강연을 하면서 했던 말들을 모아서 왜 책까지 내게 됐을까? 조정래 작가는 '신문 칼럼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강연이나 방송 출연해서 한 말들은 그 시간이 지나버리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라는 말을 했다.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자신에게 귀를 연 독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말을 글로 남긴 것이 아닌가 싶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부터 <정글만리>까지 엄청난 대작들을 써온 이유를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 또는 어지러운 이 세상에서 무엇을 중시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사람은 조정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02. 조정래의 작가관

 

 조정래 작가의 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 번역이 되어 출간되었다. <태백산맥>을 포함해 근현대사 3부작으로 불리는 소설들은 자그마치 1000만부가 넘게 팔렸다. 누가 이렇게 긴 역사소설을 읽느냐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써내고야 말았고, 정말 많은 독자들에게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다.

 

 <태백산맥>을 쓰던 당시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각종 수사를 받고, 살해 위협까지 받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작가는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인식한 바를, 혼신의 힘을 다해 쓰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의 총체적인 것인 한 국경을 넘고, 인종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그의 작가관이 있었기에 살해 위협을 견딜 수 있었을까. 한 번 정한 원칙은 절대 어기지 않는다는 그는 글쓰기에도 작가로서의 신념을 잃지 않았다.

 

 절제가 작가의 길을 바르게 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그는 20년 동안 총 3부의 역사 대하소설을 쓰면서 술 한 잔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절제는 작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그는 역사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역사는 끝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했다. 과거인 역사를 알고 그것을 토대로 현재를 가늠하고, 그것이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된다는 말이다.

 

 

03. 우리나라의 자세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수많은 지식인들의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영어 공부를 잘 시키기 위해 역사 시간을 줄인 것이 이 나라입니다. 그런 일을 벌인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뿐입니다. 그것이 이명박 정권이 세운 3대 업적 중의 하나입니다.' _ p.140

 누가 대통령 자리를 맡든 잘하는 일이 있을테고, 못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사실인 역사를 나라가 자꾸 조작하고 덮으려 한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역사 공부 시간을 줄이고, 지금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권력으로 밀어부쳤다. 오죽했으면 각종 교육기관이나 역사 전문가들이 대체 교육을 위해 자료를 만들고 있을 정도다.

 

 역사를 멀리하는 것과 더불어 또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이 역시 역사와 관련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너무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스스로 강해지려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미국에게 기대려 한다. 그런데 미국이 G1에서 멀어지고 우리나라와 관계가 좋지 않은 나라가 G1으로 부상한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2010년 중국이 G2로 급부상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수십 년이나 빠르게 G2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아직까지도 중국은 지저분하고 짝퉁의 나라라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속도 변화가 우리의 과거처럼 빠르고, 짝퉁도 줄어들고, 더러운 것도 깨끗해지고, 게으른 것도 부지런해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명견만리'라는 방송을 봤다. 방송에서는 한·중·일 청년들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창업을 하더라도 주변 사람이 지지해주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중국은 달랐다.

 

 중국의 청년들은 절반이 창업을 꿈꾸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취직이 안 돼서 창업을 하겠다며 방향을 바꾸는 모습이 아니었다. 중국은 나라에서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부모들도 자식의 창업을 지지했다. 그리고 이미 세계시장은 중국의 창업자들이 발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대로 충분한 걸까

 

 

04. 앞으로 우리의 자세는?

 

 조정래 작가는 '인문학'에 답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에 대한 건강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인생을 건전한 정신으로 당당하고 꿋꿋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인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_ p.334

 나라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삶에 어떤 자세를 취하는 지가 더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올바르게 서야 나라가 올바르게 설 수 있는 법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국민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확실치 않지만 앞으로는 더욱 국민들을 위한 나라가 될 거다. 국민이 바르게 서야 나라가 바르게 설 수 있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조정래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인문학은 상식적으로 문·사·철을 가리킵니다. 문학·역사·철학을 중심으로 하되, 더 넒게는 정치·경제·사회까지를 포괄하는 정신 과학의 총칭이 인문학입니다.'

 

 요즘도 인문학 강의가 유행이다. 인문학을 배워야할 학교에서 제대로된 교육이 되지 않으니 학교 밖에서 가르치고, 또 배운다. 학교에서 배우는 인문학은 돈이 안 된다며 배우려는 사람도 줄고, 나라도 이공계를 더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판국이다. 나라가 비틀어져 있으니 이제는 스스로 공부하고 배우는 수밖에 없다.

 

 조정래 작가는 인문학과 동시에 정치·경제·사회까지 배우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공부하기 위해서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는 것이 좋다고 했다. 주입식 교육인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이렇게 올바른 공부를 한 사람들이 결국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05. 마치며

 

 책의 머리말에도 쓰여있듯이, 책에는 종종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부분이 있다. 이는 그만큼 중요했기에 이곳저곳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반복되는 부분은 그만큼 조정래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일지 모르겠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시대 앞에서 과연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작가를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친 좌파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는 치우친 것이 아니라 바른소리를 하는 작가였다. 보수 세력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비판하고, 진보 세력이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비판을 했다.

 

 작가란 그래야 한다 했다. '보수와 진보는 둘 다 모순과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작가는 그걸 냉정하고 치열하게 파고들어 진실을 말해야 한다.' 이는 비단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소리일까? 우리는 모두 냉정하고 치열하게 파고들어 진실을 바라봐야 한다. 한 사람의 의견만 듣고 따를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내 시선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역시 인문학이 아닐까 싶다. 그저 문학과 사회,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총체를 공부해야 그것이 올바른 인문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포함해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져버리지 말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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