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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어른을 위한 동화
동화라는 장르는 어린이를 독자로 삼아 지은 이야기다. 작가가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이런 동화는 대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젠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흔히 성인이 되면 어른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또한 어른이 되더라도 누구나 가슴 한켠에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삶의 무게가 견디기 어려울만큼 무거울 때 가슴 한켠에 자리한 어린이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럴 때 종종 어른을 위한 동화가 생각나곤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 이 책은 그런 동화다. 어른의 가슴 한켠에 자리한 어린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말이다.
01. <마당을 나온 암탉>
책에는 '잎싹'이라는 암탉이 등장한다. 잎싹은 난용종 암탉이다. 알을 낳기 위해 길러지는 암탉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녀는 어느 날 마당에서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는 암탉을 보고 꿈을 가지게 된다.
'단 한 번만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 있다면······.'
그날부터 매순간 잎싹의 시선은 마당을 향해 있다. 다른 난용종 암탉들과 마찬가지였던 잎싹은 알을 낳기 위해 길러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제대로된 알을 낳지 못하게 됐다. 이를 본 닭장 주인은 알도 낳지 못하고 살만 찐 암탉이라며, 잎싹을 폐계라 불렀다.
보통 폐계는 잡아 먹거나, 돈을 받고 팔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닭장 주인은 병이 든 것 같다며 땅속에 뭍어버리려 잎싹을 닭장에서 꺼낸다. 그대로 다른 병든 닭들과 구덩이에 버려지게 된다. 다행히도 죽지 않은 잎싹은 닭장 밖으로 나와 꿈에 그리던 마당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마당 식구인 천둥오리를 따라 마당에 생활하다 결국 쫓겨나게 된다. 이리저리 방황을 하던 잎싹은 수풀에 홀로 숨겨져 있는 알을 발견하게 된다. 알의 주인이 보이지 않아 자신의 알처럼 따듯하게 품기 시작한다.
02. 엄마라는 존재
엄마라는 존재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주인공인 잎싹은 자신의 진짜 자식도 아닌 '초록머리'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다. 자신의 자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단순히 책임감이었을까.
잎싹은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초록머리를 붙잡지 않고 마음껏 날아갈 수 있게 응원을 해준다. 잎싹은 목숨을 걸면서까지 초록머리의 앞 길을 보살펴준다. 언제나 멀리서 지켜보며 초록머리가 다시 돌아올 때마다 따듯하게 감싸준다.
'네 족속을 따라가서 다른 세상에 뭐가 있는지 봐야 하지 않겠니? 내가 만약 날 수 있다면 절대로 여기에 머물지 않을 거다. (...) 하고 싶은 걸 해야지. 그게 뭔지 네 자신에게 물어 봐.' _ p.172
부모와 자식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다. 시간은 가고 세상은 변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시선으로 자식에게 삶을 강요한다. 부모가 봐 온 세상과 자식이 보는 세상은 다름에도 말이다. 힘차게 자신의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식을 믿고 응원해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할 역할이 아닐까.
03. 다름을 인정하기
인간관계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환경에서 살았다하더라도 서로 다른 사람이 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고 살아간다. 나와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 나와 다르게 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틀렸다고 너무나 손쉽게 말하기도 한다.
책에서 잎싹은 자신이 품은 알에서 부화한 초록머리와 다름을 인정한다.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건 사랑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간의 사랑을 떠올린다. 그런데 사랑은 그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내 삶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고, 남을 이해하는 것도 사랑이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고 그것이 틀렸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04. 마치며
어른을 위한 동화, 그것은 어른과 어린이 모두를 위한 동화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교훈적인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인생의 진리가 단순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내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의 삶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 될수록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자기가 살아온 세상만 옳다라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일까. 어쩌면 어린이들이 더욱 사랑스러운 눈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자신만의 삶이 있듯이, 부모는 자식의 삶을 이해해줘야 하고 자식 또한 부모의 삶을 이해해줘야 한다.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내 삶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삶도 사랑으로 보아야 비로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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