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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들어가며

 

 '나라 없는 나라',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는 말은 무슨 말을 의미할까?

 

 우리나라 헌법 1조 2항을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결국 국민의 힘이 나라의 힘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자리는 점점 사라져 가는데 나라에서는 해고가 쉬워지는 정책을 내놓고, 국민들이 열심히 피땀 흘려서 번 돈을 세금으로 걷어가 자기네들 배불리는 데 쓰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분명 정부의 잘못이 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상황이 이 책의 제목인 '나라 없는 나라'가 아닐까.

 

01. <나라 없는 나라>

 

 이 소설의 배경은 '동학농민운동'이다. 동학농민운동이란 1894년 전라도 고부의 동학접주 전봉준 등을 지도자로 하여 동학교도와 농민들이 힘을 합쳐 일으킨 운동이다. 이 배경을 제대로 알아야 소설을 더욱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의 줄거리 대신 동학농민운동을 간단히 설명하면 줄거리 설명이 충분할 듯 싶다.

 

 동학농민운동은 전라도 고부군에서 일어난 민란에서 비롯되었다. 전라도는 물산이 풍부한 곡창지대로 국가재정도 이 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전시대에 걸쳐 수탈의 대상이 되어 농민들은 항상 탐관오리의 가렴주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1894년 2월 10일 고부군수 조병갑(趙秉甲)의 지나친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광범한 농민층의 분노가 폭발하여 민란이 일어났다.


[네이버 지식백과] 동학운동 [東學運動]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전라도는 물산이 풍부해 부정부패가 끊이질 않았다. 평범한 농민들에게 갖은 죄명을 씌워 재물을 빼앗았다. 이에 농민들은 여러 청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동학접주인 전봉준을 장두(여러사람이 서명한 소장이나 청원장의 맨 첫머리에 이름을 적는 사람)로 삼아 군수에게 이런 부정부패를 건의하였으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전봉준은 동학접주인 동지들과 함께 각 마을의 사무를 맡아 보는 사람들에게 사발통문을 작성하여 봉기를 맹약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일어난 동학과 농민은 결국 나라와 싸움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이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봉준을 토대로 주위 인물들과 농민, 그리고 나라를 그리고 있다. 책의 제목이 <나라 없는 나라>인 이유는 왜국이 나라를 차지하고, 궁에 지킬 임금이 없어지자 병사들은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02. 전봉준이라는 인물

 

 

 전봉준의 아버지는 조병갑의 탐학에 저항하다 곤장을 맞고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이것이 원인이었을까 그는 항상 큰 사람이 되고자 했다. 항상 "크게 되지 않으면 차라리 멸족 되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고 했을까.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 농사일을 하며 동네 어린이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며 훈장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35세 쯤에 동학에 입교를 하고, 얼마 안 있어 동학접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동학접주로 임명될 정도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지략이 뛰어났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동학농민운동의 의의가 변질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마음을 다졌을 것이다. 부상과 죽음 앞에서조차 약한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키며 내 걸은 행동강령만 보더라도 화적이 아닌 의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전봉준은 우선 창의의 뜻을 천명하는 4개 항의 행동강령인 ① 사람을 죽이거나 재물을 손상하지 말 것, ② 충효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히 할 것, ③ 일본오랑캐를 내쫓아 성도(聖道)를 밝힐 것, ④ 군사를 거느리고 입경하여 권귀(權貴)를 모두 죽일 것 등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창의의 뜻을 밝히는 또 다른 격문을 작성하여 농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요청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동학운동 [東學運動]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그는 아버지의 일 때문이었을까, 그저 편안하게 인생을 살았어도 됐지만 결코 그러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바로잡겠다면 칼을 들고 총을 들었다. 옛날에는 이렇듯 의인이 정말 많았다. 물론 악인도 많았겠지만, 많은 의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앞장섰기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03. 현 시대에서 바라보기

 

 동학농민운동이 있은지 벌써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은, 시간이 그렇게 흘렀음에도 현 시대는 동학농민운동이 있었던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작가는 그 연유로 이 책을 썼을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여전히 나라의 주인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빨아 먹고,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다. 지금의 국민이 과연 국민이라 할 수 있을까, 그 시절 농민과 다를 바 하나 없이 느껴진다. 청원을 아무리 해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호의호식하는 자들이야 배만 채워지면 나라가 넘어간들 눈이나 깜짝하겠소? 하지만 백성은 그로부터 더욱 험한 꼴을 겪을 것이매 어찌 싸우지 않는단 말이오. 그를 일러 역모라 하면 과연 그렇겠지요.' _ p.67

 

 국민이 되찾은 나라는 이 시대에와 또 다시 국민이 되찾으련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이 피를 흘리고 고통 받는 사이 나라는 제 일이 아니라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동학농민운동이라도 벌어야 하는 걸까?

 

 

04. 작가의 말

 

 '2012년에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에 관한 평전을 낸 일이 있는데 다시 그 무렵의 일을 소설로 쓴 것은 갑오년에 손 총알이 지금도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그 시절 자주적 근대의 가능성은 부정되고, 조선은 식민지로 전락하여 타의에 의해 세계의 화염 속에 던져졌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할 국가는 멀쩡한데 엉뚱하게도 이 나라가 반 토막 나는 것으로 사태는 끝나버렸다. 그러니 그 시절은 오늘의 첫 번째 단추가 분명하다.'

 

 '근대적 문물을 재빠르게 수용했어야 한다는 잣대로 과거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것은 몇 가지 가능성을 놓고 뽑기를 제대로 했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서구적 근대가 반드시 우월하다고 볼 수도 없지만 그나마 조선이 접한 건 일본에 의해 굴절된 근대의 변종이 아닌가. 따라서 그를 추종하던 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친알파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바로 그들과 그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갑'이다. 그 '갑'들이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역시 그곳이 첫 단추다.' _ p.353

 

 

05. 마치며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책 속 한 병사의 외침이 현 시대를 대변한다. 사람들은 지금도 나라를 믿을 수 없다 한다. 까면깔수록 부정부패만 나오는 것이 지금의 나라다.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하면 경제가 위축된다며 걱정을 하는 정부다.

 

 나라가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나라는 항상 한 발 뒤로 빠진다. 그렇다면 이 나라 국민들은 어디에 기대야 할까? 참 어지러운 세상이다. 과연 전봉준과 같은 의인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걸까? 아니면 그런 사람이 나와도 국민들 역시 지지를 하지 않는 사회가 된 걸까?

 

<나라 없는 나라>, 이광재,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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