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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개성이 사라진 시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 이직, 은퇴.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생이 아닌가 싶다. 너무 단조롭다. 수능을 준비를 위해 학창시절의 아름다움을 희생하고, 취업준비를 위해 낭만의 대학생활을 희생한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일을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정해진 순번대로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삶은 모두를 똑같은 사람으로 만든다. 물론 그 안에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것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왜 사람들은 남이 시키는 대로, 사회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01. <개밥바라기별>

 

 이 책은 확석영 씨의 소설로 청년들의 내면의 변화와 성장을 그리는 작품이다. 준이라는 아이와 그의 친구인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자신이 가진 고민과 아픔, 방황 사이에서 독자인 ''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고민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꼭 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해야만 하겠냐? 나중에 내키면 그때가서 혼자 공부하면 안 될까? 하여튼 나는 꼴리는 대루 할 거야. 달마다 학력고사에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고 일등에서 꼴찌까지 석차를 매기구 말야. 너 시험지에 쓴 내용이 기억나니? 거의가 개떡 같은 속임수들이다. _ p.74

 

 준이는 학교 교육에 환멸을 느끼고 자퇴를 하기로 결심한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하는 공부는 결국 시험이 끝나는 동시에 머리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것은 학력고사를 볼 시기나 중간·기말 고사를 봐서 석차를 매기는 지금의 시험과 별다를 바가 없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보기도 전에 우리는 부모에게 강요당한다. 시험에서 낮은 점수, 낮은 석차를 받아오면 인생에 실패라도 한 듯 부모는 자식을 나무란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할 어린 나이에 고민조차 할 수 없게 온갖 쓸데없는 지식을 머리에 욱여넣는다.

 

 '학교는 아이들의 개성을 사회적으로 거세하는 임무를 위하여 세상에 나타났다.' _ p.82

 

 

02. 준이의 자퇴서

 

 '저는 학교에 다니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 혼자서 하루 온종일을 보내고 나니까 자기 시간을 스스로 운행할 수가 있었지요. 가령, 책을 읽었어요. 그 내용과 나의 느낌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정리가 되어서 저녁녘에 책장을 닫을 때쯤에는 갖가지 신선한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또 어떤 날에는 어려서 멱감으러 다니던 여의도의 빈 풀붙에 나가 거닐었지요. 강아지풀, 부들, 갈대, 나리꽃, 제비꽃, 자운영, 얼레지 같은 풀꽃들이며, 논두렁 밭두렁의 메꽃 무리와, 풀숲에 기적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주황색 원추리 한 송이, 그리고 작은 시냇물 속의 자갈 사이로 헤집고 다니는 생생한 송사리 떼를 보고 눈물이 날 뻔했거든요. (...) 그러한 시간은 학교에서 오전 오후 수업 여섯 시간을 앉아 있던 때보다 내 삶을 더욱 충족하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선택의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는 두려움에 몸이 떨리기도 하지만 미지의 자유에 대하여 벅찬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스스로 만든 시간을 나누어 쓰면서 창조적인 자신을 형성해나갈 것입니다.'

 

 위 글을 준이가 학교를 그만두고자 선생님께 말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자퇴 이유서를 써오라고 해서 쓴 글이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남아있는 기억은 학교 밖에서의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학교를 왜 다녀야 하며,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것일까.

 

 

03. 작가의 말

 

 <개밥바라기별> 소설은 이야기가 끝나고 작가의 말 부분이 나온다. 저자는 '외국에는 여러 작가들의 수많은 성장소설이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문학사에는 단편소설 몇 편이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는 내면에서의 고민과 성장이 부족했던 걸까?

 

 그는 이 소설에 대해 사춘기 때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긴 방황에 대해서 썼다고 말했다. 책을 읽다보면 그는 끊임없이 '네 맘대로 살아라'라는 말을 속삭이는 듯했다. 학교를 자퇴하는 모습이며,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사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_ p.285

 

 

04. 마치며

 

 우리는 예전보다 더 개성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나이만 차면 학교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학교에 보낼 돈이 없어 집에서 부모의 농사를 거들고, 남의 집에 머슴으로 일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학교를 다니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갔다. 그러나 몇 십 년이 흐른 지금에는 교육의 수준은 훨씬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개성없는 삶을 살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 24시간 중에 자고 먹는 시간을 빼면 모두 공부를 해야하는 시간이니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과연 나만의 이야기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즐거운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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